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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3   영화가 아닌 추억~


영화가 아닌 추억~
몽실이의 일기장 | 2015. 2. 23. 22:22

울 오마니가 영화관에 마지막으로 가셨던 건

내가 초등학교 때 즉, 20여년 전이다.

울 아부지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가셨던 건

나와 단둘이 '말아톤'을 보러갔을 때였다.

그런 두 분이 이번 설 연휴에 영화관에 가셨다.

영화는 '쎄시봉'...



내가 어렸을 적, 소풍을 가는 날 저런 모습이었을까??

오마니는 오랜만에 영화관에 간다는 것에, 꽤 들뜬 모습이었다.

편하고 따뜻하다며 점퍼만 입으시더니, 코트를 꺼내 입으시고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에 모양을 주는 것도 아닌데

연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 오마니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찾아간 영화관.

팝콘과 콜라는 필요없다는 두 분께 생수와 사탕을 건네며, 살짝 등을 밀었다.

좌석은 커플석!!

"재밌게 보고 오세요."

그리고 난 그 말만 남긴 채,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오마니는 서울 토박이나 다름없는, 세살 때부터 종로에서 사셨다.

남들은 영화를 통해 또는 책을 통해 알게 되는 6,70년대 서울의 모습,

오마니가 살아온 시간에 담겨있을 거였다.

직장 생활도 명동에서 하신 오마니.

그런 오마니와 함께 젊음을 보내신 아부지.

두 분에게 '쎄시봉'은 그냥 영화가 아닐 거였다.



"영화가 재밌으면서도 슬펐어."

영화를 보고 집에 오신 오마니는 역시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영화 내용이며 오마니의 추억이며,

영화 감상평을 늘어놓는 오마니의 모습은 마치 여고생 같았다.

한참을 얘기하시던 오마니의 마지막 한마디,

"네 아부지랑 단둘이 영화관에 간 건 35년만이야."

오마니의 목소리는 아련했다.

또 부모님이 추억할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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